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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6-08-06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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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립 잡기노트]그녀들도 한글 살렸다, 기생의 러브레터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382>

조선시대 기생의 러브콜 또는 호객기별이 발굴됐다. 바람, 불륜, 축첩 따위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시절의 문건이다.

‘정 생원 전에 상서하나이다. 때는 봄, 새가 재재거리고 복숭아꽃과 살구꽃이 피는 봄이외다. 정 생원의 몸 안녕하시옵는지 나날이 뵈옵지 못한 소첩은 멀리 앉아서 동경할 뿐이외다. 그간의 소식 알지 못해 궁금하던차 이곳 소첩은 무엇을 얼마나 화락하며 하리이까. 한갓 일신은 무고하오니 생원님이 이 더러운 소첩을 정신적 사랑의 혜택으로 엎드려 생각할 때 감사한 뜻과 마음은 다 표하지 못하옵니다. 그런데 황공한 말씀 지금에야 고하나이다만, 전번에는 이 더러운 소첩을 생각하시와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시고 옥수로 친히 쓰신 옥서를 받자옵고 당금까지 상서치 못함은 참으로 소첩의 죄 어찌 다 고하오리까.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이 소첩을 사랑하신 마음으로 정생원이시여! 실제 그때 답상서를 고하려고 한 마음 태산 같았지만 원수로다 그때야말로 무슨 죄이던가 이 몸이 병에 누워 실상은 붓을 들고 편지를 고할 용기가 생기지 아니하여 죄송스러운 죄를 짓고 말았나이다. 그러니 소첩의 잘못을 널리 용서하시고 허물을 잘 양해하시고 귀보를 뵙기 바라옵나이다. 물론 바쁘신 중 이리 복청하옴은 너무나 소첩의 행동의 무리함을 용서하시고 다만 소첩의 소청에 응하셔서 한 번만 이 땅에 왕림해 주시면 소첩의 한 영광으로 엎드려 생각하고 죄송한 말 다 고하지 못하고 우선 이만으로 끝내 높으신 왕림만 바랄 때 옥안을 엎드려 뵈올 날을 천만번 고대하나이다. 3월2일 소첩 서금란 상서.’

서지학자인 김연갑 상임이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는 “1930년대에 활동한 기생 장명주의 시조 30여수 중 ‘아리랑’의 흔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서금란의 연애편지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기생의 연서 이야기는 많아도 실체는 극히 드물다”는 그는 ‘정신적 사랑의 혜택’, ‘소첩을 사랑하신 마음’이라는 문구를 특기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썼다.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어화둥둥 내 사랑아’로 이어지는 ‘춘향가’와 같은 시기인 조선중기에 쓴 글로 추정된다”면서 “정인을 그리워하는 마음(思)에 ‘살(生)다’의 어근 ‘살’과 명사 파생접사 ‘앙’이 더해져 ‘사랑’이 됐다”고 풀이한다. (사량(思量)이 어원이라는 견해도 물론 있다)

한글을 생활어로 이어 온 중요한 축이 기생이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편지의 사료적 가치를 배제하면, 서금란을 황진이 반열에 올릴 이유는 없다. 기생이 모두 황진이 같았던 것이 아니라 황진이가 별났을 뿐이다. 문재를 타고 났거나 3년 된 서당 개처럼 자연스럽게 문리가 트인 기녀는 더러 있을 수밖에 없다. 옛 유명 요정 ‘대원각’의 여주인 김영한이 최근의 실례다. 1000억원대 땅과 건물을 길상사 회주 법정 스님에게 시주한 여성이며 시인 백석의 애인이기도 하다. 소녀 김영한은 기생이었지만 ‘삼천리 문학’에 수필을 발표할만큼 글재주가 뛰어났다.

이들 몇몇을 거명하며 기생은 예술가라고 강변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기녀를 매매춘에서 분리하려는 시도는 무망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3년 전 폐기한 여성 생식기 표본이 보기다. 일제강점기 ‘명월관’ 기생인 홍련의 성기를 왜경은 연구용으로 도려내 포르말린 용액에 넣었고, 1955년 이후 국과수가 보관했다. 숱한 남자들이 홍련과 성관계 도중 급사했다는 사실에 주목, 일제는 연구가치가 있는 생식기려니 판단했다. 이시이 시로의 731부대와 맞닿은 발상이다.

해어화(解語花), 즉 ‘말을 알아듣는 꽃’은 기생을 존중하는 듯 깔보는 표현이다. 잘난 남자가 애완용 쯤으로 대하는 심리가 감지된다. ‘어쭈, 시문도 좀 아네…’라며 금상첨화 정도로 여긴다고 보면 옳을 것 같다.